지금은 야근이 너무 하기 싫어서 <루우트 기호 속에서>를 손끝 하나하나로 써보려고 한다. 

이 시를 처음 읽었을 때 충격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. 온 감각들이 깨어나서 뒤엉키는 기분. 아직 몇 번을 더 읽어도 그렇다.

평생 그래주었으면! 

뒹구는 세원은 언제쯤 잠 깨려나? 한참 걸리겠지 



루우트 기호 속에서, 이성복



바퀴벌레들이 동요하고 있어 꿈이 떠내려가고 있어 

가라앉는 산, 길이 벌떡 일어섰어 구름은 땅 밑에서 

빨리 흐르고 어릴 때 돌로 쳐죽인 뱀이 나를 

감고 있어 깨벌레가 뜯어 먹는 뺨, 썩은 나무를 

감는 덩굴손, 죽음은 꼬리를 흔들며 반기고 있어 


닭아, 이틀만 나를 다시 품에 안아 줘 

아들아, 이틀만 나를 데리고 놀아 줘 

가슴아, 이틀만 뛰지 말아 줘 


밥상 위, 튀긴 물고기가 퍼덕인다 밥상 위, 미나리와 

쑥갓이 꽃핀다 전에 훔쳐 먹은 노란 사과 하나 

몸 속을 굴러다닌다 불을 끄고 숨을 멈춰도 달아날 데가 

없어 


<<엄마 배불리 먹고 나니 눈물이 눈을 몰아내네 

<<엄마, 내 가려운 몸을 구워 줘, 두려워 

<<엄마, 낙오된 엄마, 내 발자국을 지워 줘 


얼마나 걸었을까 엄마의 입술이 은행나무 가지에

걸려 있었어 겁 많은 강이 거슬러 올라가다 

불길이 되었어 시계가 깨어지고 말갈족과 흉노족들이 

횃불로 몸 지지며 춤추고 있었어 성기 끝에서 

번개가 빠져나가고 떨어진 어둠은 엄청나게 무거웠어 













2017. 3. 28. 21:18 Trackback  Comment